윤철 광명시인재육성재단 청소년시설운영단 단장

부산 여중생 집단폭행 사건의 무자비한 폭력이 공개되면서 촉발된 시민들의 요구가 청와대 게시판을 뒤덮고 있다. 청소년범죄에 대해 보다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므로 소년법 폐지를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언론에서는 연일 청소년폭력에 대해 보도를 하고 있다. 모 국회의원은 법 개정안을 만드는 등 강력한 처벌만이 대안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청소년범죄, 청소년폭력이 처벌을 강화한다고 해결되는 것일까?>

우리는 오래전부터 학교폭력을 줄이기 위해 배움터지킴이, 스쿨폴리스제. 등하교 지킴이, 옐로카드제, 학교폭력신고 포상금제, 취약 지역 학교 CCTV 통합관제 단계적 확대, 폭력서클 결성 집중 단속, 가해 사실 생활기록부 기록 반영, 학부모 소환 특별교육, 학부모 동의 없는 심리치료, 교사자격증 취득 시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 과목 이수 의무화 등 여러 대책을 마련하고 시행해왔다.

그러나 실태를 조사한 자료들을 보면 청소년폭력문제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에서 지난해 하반기에 도내 초교 4학년∼고교 2학년 학생 97만5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살펴보면 응답자의 0.9%가 “학교폭력 피해를 경험했다”고 응답하였고, 전국 평균 0.8%보다 0.1%포인트 높게 나타나기도 했다. 이처럼 학교폭력이 사라지거나 줄어들지 않고 있는 이유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처방들이었기 때문이다.

<지금의 청소년들은 지금의 성인들이 경험하지 못한 세계에 살고 있다>

인터넷과 SNS의 확산은 어릴 때부터 폭력과 각종 범죄를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물질만능주의로 인해 우리 사회는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으며 공동체성을 잃어버린 사회가 되었다. OECD 각종 지표를 살펴보면 우리 사회는 삶의 질이나 만족도가 최하위에 머무르고 있다. 우리 청소년들이 희망을 품고 살아가기엔 더욱 복잡하고 어려운 세상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참교육 이야기의 저자 김용택 씨는 우리나라의 학교폭력은 개인의 도덕성에서 해법을 찾는 것이 문제라고 말한다. 폭력은 가정이나 학교 그리고 인터넷을 비롯한 사회문화적 환경요인의 영향을 받기 마련이라고 한다. ‘독일교육 왜 강한가의 저자 박성희 씨는 학교 폭력의 첫 번째 원인으로 최초의 사회화 환경인 가정에서 경험을 통해 사회화되는 것으로 진단했다. 그는 부모에게 학대당한 자녀가 폭력적이 되고, 양극화가 심화된 사회에서 학업 성취도가 낮고 사회의 냉대를 받은 학생이 폭력을 행사할 확률이 더 높다고 진단한다. 둘째, 학교에서 학생들 간에 경쟁을 조장해 창의적인 방법으로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 폭력을 사용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진단하고 있다. 청소년 문제의 해결은 개인이나 청소년집단만의 문제가 아니므로 사회, 문화 등 구조적인 접근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소년법폐지나 개정을 통해 처벌을 강화하는 것도 일부 방편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도 먼저 공동체 회복이라는 관점에서 청소년 문제를 다시 살펴보아야 하며 평생학습사회라는 관점에서 청소년시민들이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지역사회의 토대와 환경을 만드는 일이 매우 시급하다.

<평생학습사회엔 청소년시민이 살고 있다>

평생학습사회란 언제 어디서나 가르치고 배우는 삶의 양식이 바탕이 되고 사회 곳곳에서 학습활동이 이루어지는 사회를 말한다. 평생학습사회는 태어날 때부터 생을 마감할 때까지 학습을 강조하며 학습을 통해 인간과 사회의 질적 성장을 추구하고 개개인의 삶의 질 향상과 지역사회의 변화와 공동체 회복을 도모하는 지역사회운동이다.

평생교육법이 제정된 지 17년이 지나면서 현재 우리나라 평생학습도시는 140여 개로 양적인 확대가 되었지만 아직도 평생학습이라고 하면 성인학습이나 문해교육, 직업교육 등으로 국한되어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청소년들은 형식교육인 학교교육에서 다루고 있으므로 평생교육 영역에서는 논외로 치부되었거나 관심과 주목을 받지 못했다. 또한 청소년을 바라보는 시각도 미숙한 존재로 보거나 보호받아야 할 대상으로 보는 경향으로 인해 청소년들이 사회의 구성원이자 동반자이며 시민이라는 인식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미래사회의 주역이라고 치켜세우면서도 미래사회를 준비하고 살아갈 수 있는 지역사회의 토대를 제대로 마련해주지도 못하였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하나의 답은 지역마다 평생학습사회를 올바르게 구축하고 청소년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인프라를 더 많이 확충하는 일이다. 이제 우리 사회는 학교교육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청소년들이 지식과 정보를 올바르게 판별하고 재구성하는 판단력, 타인을 이해하고 협력하는 소통과 공감 능력, 창의성과 문화감수성, 일상적인 삶의 자세까지 포괄하는 청소년 평생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며 평생학습사회의 주요 구성원인 청소년시민들이 마을에서 다양한 참여활동이 가능하도록 학교와 청소년시설, 평생학습시설 등이 협력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해야 할 것이다.

<평생학습사회! 청소년시민을 껴안다!>

‘청소년도 시민이다’라는 관점으로 살펴보면 청소년시민들은 사회의 지속성과 변화의 주체로서 역동성과 그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그러므로 평생학습사회를 만들어 가는 데 있어 청소년시민들에게 무형식과 비형식의 학습과 경험학습 등이 더 많이 배치되어야 한다. 또한 공동체 회복을 위해 가정과 학교, 지역사회의 평생학습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구성하여 실행해야 한다. 청소년 문제 해결의 핵심은 청소년들과 함께 아파하고 함께 동행하며 미래사회를 짊어질 수 있는 역량을 키워 줄 수 있는 사회 환경이 마련될 때 가능하다.

평생학습사회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가정교육, 학교교육, 지역교육의 활성화이다. 먼저 가정교육은 아동과 청소년의 전인적인 발달을 촉진하는 공간이다. 아동·청소년의 발달과업을 제대로 성취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이라는 관점에서 가정교육을 돕는 다양한 평생학습프로그램이 만들어져야 한다. 예를 들면 부자(父子)학교, 마을 동생 만들기, 모녀캠프 등 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둘째 학교교육은 배움의 즐거움을 체득하는 곳이어야 한다. 창의적 체험활동 속에 갈등해결교육, 인권교육이 강화되어야 하며 정신건강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상담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 평생학습사회에서의 학교는 마을교육공동체의 중심 역할을 수행하는 기관이기도 하다. 교육 자원의 개방과 지역사회와 긴밀한 유대와 협력을 통해 좋은 학교 만들기 운동 등을 적극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

끝으로 지역교육은 가정과 학교를 보완하는 기능이 중요하다. 최근 진로교육법과 인성교육법 등이 시행되면서 지역사회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고 체험할 수 있는 평생학습프로그램이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 평생학습사회에서 청소년을 제대로 껴안고 나가기 위해서는 기존의 마을 만들기 사업 등을 가정과 학교, 지역사회를 회복시키는 마을공동체 회복 운동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소통과 협력, 공감과 존중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마을에서부터 청소년시민을 중요한 구성원으로 참여시키고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는 토대와 환경을 만들어주는 일이 평생학습사회가 감당해야 할 핵심과제라 믿기 때문이다.

*이 글은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이 발행하는 웹진 '더 more' 2017년 9월호에 실린 것이며,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지 합니다.

윤철 광명시인재육성재단 청소년시설운영단 단장  123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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